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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

TIL - 70일차 - 혼자가 빠른 줄 알았던 나에게 팀이 가르쳐준 것

by 화염독사함장 2025. 6. 18.

다시, 팀을 믿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쓰는 TIL이다.

사실 이번 주는 TIL을 쓸 겨를도 없이 바빴다.
맨날 GitHub 링크만 툭 던져놓고 “오늘도 커밋 완료” 같은 정신승리로 하루를 마무리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다.
오늘은 일주일동안 고생해서 만든 팀 프로젝트의 제출일이다. 정확히 밤 12시까지.
하지만 우리 팀은 오후 4시에 이미 모든 작업을 마쳤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4시 33분이다.

그 말인즉슨, 예외 없이 모두가 제 역할을 다했고,
그 결과 오늘 하루를 아주 여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게다가 내일 오전 10시 발표까지 있는데, 하늘님과 재윤님이 벌써 발표 자료까지 완성해주셨다. 진심으로 GOAT… ㄷㄷ)


짧지만 깊었던 스크럼의 힘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짧은 스크럼의 힘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팀원들은 평소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매일 아침, 오후에 나눴던 짧은 스크럼 덕분에 소통의 밀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서로의 작업 흐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 결과 막상 구현 중 오류가 생겼을 때도 “이건 ○○님께서 작업한 부분이니까 한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는 식으로 디버깅이 정말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각자의 역할은 달랐지만, 스크럼을 통해 누가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지 서로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버그가 생기거나 기능이 어긋났을 때도 빠르게 원인을 좁혀갈 수 있었다.

 

처음 캠프에 들어왔을 땐 사실 스크럼이나 협업이 그렇게까지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개인이 잘하면 팀도 잘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래서 스크럼도 그냥 부트캠프에서 시키니까 하는 형식적인 절차처럼 느껴졌고,
내심 혼자 개발에 집중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런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팀 프로젝트는, 코드와 유니티만 알아서는 안 된다. ‘사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이 매일 하는 짧은 스크럼이었다.


주말도 밤샘도 없었다. 그런데도 끝났다.

생각해보면, 이번 프로젝트 동안 밤을 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말도 거의 손대지 않았고, 실제로 작업한 날은 고작 5일 남짓이었다.

그 5일 동안 우리가 반복했던 루틴은 단순했다:

  • 오전 9시: 오전 스크럼 (오늘의 계획 공유)
  • 1차 작업: 7시간 30분 (점심식사 제외)
  • 오후 5시 30분: 오후 스크럼 (진척도 점검 및 추가 계획 공유)
  • 2차 작업: 2시간 30분 (저녁식사 제외)
  • 밤 9시: 퇴근

그렇게 매일 정해진 루틴을 따랐을 뿐인데, 오히려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
작업 시간엔 묵묵히 몰입하고, 스크럼 시간엔 필요한 만큼만 빠르게 의견을 나눴다.

결과적으로 별다른 무리 없이 전 기능을 구현했고,
제출일 당일,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각자가 잘한 것도 있지만,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속도였다고 생각한다.


첫 팀장 경험, 생각보다 나와 잘 맞았다

사실 이번에 처음 팀장을 맡게 되었는데,
처음 제안해준 건 하늘님이었다.

 

처음엔 많이 걱정도 됐다.
누군가를 이끈다는 게 처음이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혹시 내 판단 하나로 팀이 흔들리면 어쩌나 싶었다.

그럴만도 했던 게, 예전 프로젝트에서는 조원의 입장에서 이것저것 챙기고 싶어도
괜히 나서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고, 명확한 권한도 없었다.

그래서 늘 한 발 물러서 있었고, 팀을 이끈다는 건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만 느꼈다.

 

그런데 팀장을 맡아보니,
뭔가를 제안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이건 내가 챙겨야겠다”는 책임감도 뒤따랐다.

물론 신경 쓸 일은 많았다.
그렇지만 그만큼 프로젝트에 더 애정을 가질 수 있었고,
“내가 이끄는 팀이다”라는 자부심도 분명 있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느꼈다.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든, 리더는 자발적인 사람이 맡아야 한다.
억지로 맡겨진 리더는 팀의 속도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준다.
리더 역할은, 꼭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한다.


마무리하며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협업’이라는 키워드를 내 삶에 제대로 각인시켜준 시간이었다.

그동안은 간과하고 있던 소통의 가치,
스크럼이라는 단순한 루틴의 놀라운 효율,
그리고 팀을 이끌며 느낀 리더십의 무게까지.

어떤 기능 하나를 구현한 것보다 훨씬 큰 배움이었다.

특히,
희민님은 플레이어 능력치 및 업그레이드 시스템 구현뿐만 아니라,
시연 영상 편집까지 책임감 있게 맡아주셨고,
프로젝트 후반에는 정말 믿음직스럽게 디버깅도 함께 도와주셨다.

 

그리고 영민님은 무기 및 강화 시스템 구현과 결과보고서 정리를 맡으셨는데,
그 외에도 구현 범위를 스스로 확장하시고, 거기다 퀄리티까지...
작업 마감 전까지 디테일을 끝까지 챙겨주신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우리 팀, 정말 감사하고 뿌듯하다.
이런 팀원들과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이 팀의 팀장이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